겨울바람은 봄볕을 이길수 없다.
지난 겨울, 허전한 마음에 꽃을 보러 갔으나 마음에 드는 꽃은 없고,
수선화구군이 눈에 띄어 4알을 사왔다.
동글동글 이 친구들을 어디에 심을까하다가
싹이 나면 옮겨 심을 생각으로 그냥 큰 플라스틱화분에 흙을 담고 구근을 심고 마당 한켯에 두었다.
가끔 생각 날때 물도 듬뿍 주고,
날이 춥다 싶을때는 떨어진 낙엽을 이불삼아 덮어 주었다.
끝이 날것 같지 않던 매서운 겨울 추위는 어느덧 따뜻한 햇빛에 무너지고
그리고 봄이 되었다.
삐죽히 얼굴을 내미는가 싶어
물 한번 듬뿍 주고
그리고 또 잊었다.
그런데 끝내 이겨버린 겨울추위는
따뜻한 봄 소식을 4개의 구근 모두가 전해주었다.
심으며, 혹은 하나 혹은 둘
처음 키워보는 구군이 다 자라지 못할 것을 예비하여
그리고 자라는 구근 각각을
예쁜 화분에 한송이씩 심을 마음을 가지고
그냥 툭 담아둔 화분에서 4개가 모두 훌륭하게 성장 중이다.
언제나 도망칠수 있는 작은 구멍하나는 있었던 겨울에서
이번 겨울은 시련이라는 커다란 돌덩어리로 모든 구멍을 다 막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나의 다리위, 어깨위, 그리고 결국 머리 위까지
무거운 돌덩어리를 올려놓았다.
도망가고 싶으나 도망 갈수 없었고,
따뜻한 안식처로 들어가 따뜻한 불빛에 손발을 녹이고 싶었으나
그것마저도 허락하지 않는 그 추위에
아침에 일어나서 두통과 함께 찾아온 눈물로 시작하고,
그 눈물은 긴 겨울밤에 온 몸과 온 마음안으로 스며들었다.
추위와의 싸움에서
두통과의 싸움에서
나는 무너지고 쓰러졌다.
걱정해주는 사람들의 위로도 나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었고,
발아래 바닥으로 스스로 계속 내려갔다.
사람을 만나고 웃고 떠들 용기조차 앚아가버린 지독한 추위
하지만 아무도 아무말도 못하고있었지만,
나의 벗들은 마음으로
어느날은 물을 듬뿍 주고,
어느날은 이불을 덮어주고 갔다.
나는 전혀 알지도 못했던 마음이지만
내가 버티고 견딜수 있었던건 사랑하는 사람들의 멀리서 지켜보는 마음이었다.
따뜻한 사랑과 관심이 내겐 볕이 었다.
수선화가 피었다.
아무리 혹독한 시련도 견뎌내면 또 봄바람으로 꽃 피게 해준다.
아직은 차가운 겨울바람이 내 마음속에서 사라지진 않았지만,
봄은 다시 왔고, 꽃도 다시 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