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든버러가 요즈음에 해리포터로 유명하지만 예전에는 아더왕의 자리로 유명했다. 오랜 이야기 속의 아더왕의 자리는 높은 산위에 있다.
한국의 산과 비교하자면 이게 산이야? 할 높이이긴 하지만 언덕과 평지로 이루어진 곳이라 높다.
숙소에서 출발하니 대략 1시간 정도 걸린다. 오르막 경사를 감안하여 2시간 30분 정도를 생각하고 출발했다.
칼튼로드를 따라 걷다보니 홀리루드 궁전 Palace of Holyroodhouse을 지나가는 경로이다.
궁전은 입장료를 내어야만 구경할수있어서 그냥 밖에서만 구경했다. 하지만 다른 궁전처럼 정원이 열려있는게 아니어서 자세히 보지 못해 아쉬웠다.
훌리루드 궁전 너머로 보이는 언덕은 홀리루드공원이라고 한다. 이 산의 꼭대기에 Auther's seat 아더의 의자가 있다. 언덕을 오르다보니 왼쪽으로도 오래된 담벼락이 하나보인다.
성 안토니오교회의 담벼락 St. Antony's chapel ruins이다.
길이 험하고 돌산이지만 올라가보니 오래된 담벼락과 아래쪽에서 고요히 보이는 성 마가렛 호수 St. Margaret's Loch가 조화롭다. 날씨가 좋으면 오리와 백조까지도 볼수 있다고 하던데, 을씨년스레 비가 와서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비가 와서 길이 많이 미끄럽기도하고, 양탄자같이 보이는 잔디로 길이 나 있어서 왠지 조용한 아침의 기운을 잘 느낄수 있을것같아 그곳으로 걷기로 해본다.
이끼처럼 푹신한 잔디와 사이로 난 가시덤불을 헤집고 올라가다보니 또 돌산이다.
이 돌산의 정상이 나의 목적지이다.
돌위로 발이 자꾸 미끄러진다. 좀 더 밑창이 덜 미끄러운 신발을 신어야하겠지만 여행객에게는 발이 편한 러닝화 하나뿐이다.
우리나라는 이 정도 유명한 곳이라면 데크도 깔고 팬스도 치고해서 가야할 방향을 정확하게 알려주겠지만, 이곳은 그저 옛모습 그대로이다. 방향을 알리는 표지판도 없어서 그저 앞사람의 발걸음과 나의 눈으로 본것을 믿으며 걷는다.
이번 여행에서 최초로 구글지도를 켜지 않고 혹은 못하고 걷는 순간이었다.
아무런 인공적인것이 없어서 자칫 발을 헛딧기라도 한다면 저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질듯하다. 하지만 오히려 자연과 함께 호흡하는게 자연에게 남겨줘야 할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정상에 도착하니, 표지석과 나침반이 나의 수고로운 산행을 축하한다.
아침에 여자 혼자 왔으나 하나도 무섭지않았고, 함께 오는 사람보다 혼자서 조용히 아침을 맞이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 서로 주고 받는 Good morning 인사가 정겨웠다.
뻥 뚫려서 에딘버러 구시가지와 저멀리 항구 그리고 신시가지까지 대자연을 품은 이곳은 정상부분만 평평하여 마치 아더왕이 앉아서 스코틀랜드 전체를 보았던 곳이라는 전설이 사실처럼 느껴졌다.
구름이 끼지 않았다면 멋진 일출을 볼수있었겠지만 이번의 아쉬움은 다음 에든버러 방문을 위한 예약이라 생각하고 천천히 내려왔다.
내려오며 보이는 구시가지의 건물들도 너무 좋았다.
가는 길에 공연포스터에 북한의 이야기를 담은 게 있어서 찍어보았다.
파리에서 새로산 나의 이쁜 베이비핑크 운동화 어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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