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공항에서 짐을 찾고 숙소에서 대충 먹고 기절했다. 14시간의 비행은 결코 쉽지도 편하지도 않았다.게다가 앞좌석 승객은 비상시를 제외하고 거의 최대치로 의자를 눕혀서 타는 바람에 무릎이 의자에 닿은 상태로 계속비행할수밖에 없었다.
오래전 파리 드골공항에 왔었지만 또 헤매고야 말았다. 사람의 기억이란 그저 타버린 종이처럼 부스러지고 마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혹시 모를 다음 여행을 위해서 기록을 해야한다.
들뜬 마음으로 도착한 파리 현지시각은 오후 6시를 넘기고 있었다. 마음이 조급해졌다. 나의 여행에서 일몰이후 움직이는건 안전하다는 확신이 생긴이후이다. 그렇다면 파리 시내까지 한시간, 이후 정체까지 포함한다면 무조건 해가 져서 도착할것같은 불안감.
그런데 기분이 이상하다. 6시치고 너무 밝았다. 그리고 생각이 났다. 지금 여긴 썸머타임기간이다. 즉 해가 길어진데다가 한시간 앞당겨졌으니 일몰이 늦어진다는 계산이 섰다.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다.
공항에서 짐을 찾고 출구표지판을 따라서 나가며 프랑스 입국수속을 밟았다. 여기까진 난이도 하 -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아주 좋아져서인지 이민국여자직원이 웃어주었다. 5년전 나의 모든 질문에 어깨만 으쓱 하고 고개 돌리던 무뚝뚝한 파리지엥 여자분들이 다 사라져버렸다. 딸의 수속을 담당하던 직원도 Korea 와우~라고 했단다. 뭐 때문에 그런진 잘 모르겠다고 했는데, 긍정의 느낌이라 하니 즐겁게 시작.
오랜만에 여권에 도장도 받으니 기분이 좋아.
내 느낌으로 파리드골공항은 둥근 지역을 뺑뺑 도는 느낌이었고, 이번도 같은 미로에 빠졌다. 저번에 렌터카를 반납하기 위해 헤매던 렌터카 구역을 보니 어지러워졌다. 헤매면서 발견한 파리바게트의 원조 폴paul 스타벅스와 나란히 입점해있다. 이 곳들이 영업종료후 공항노숙객들의 성지이다.
하지만 사실은 너무 쉬운 공항이다. 아무 엘리베이터나 타고 가장 아랫층으로 내려가면 공항순환전철 정류장이 있다. (헤매며 나와서 약간 졍확하진 않지만 5층이었던것같다.)
그걸 타지 않고는 드골공항 미로는 빠져나올수없다. 모두들 그리가니 그냥 따라가자. 공항순환전철이니 당연히 무료이다.
왼쪽이 나가는 전철이니 왼쪽꺼 문열려서 대기중인거보고 그냥 타면된다. 오른쪽 왼쪽 헷갈리지 않냐고? 절대 그럴수없다. 정면이 막다른길이기 때문이다.
터미널 1에서 내린 우리는 parking 정류장 다음인 Teminal 3-Roissypole 루이시폴 에서 내렸다. 내가 탈 교통편은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낡은 지하철이다. (수도권1호선을 상상하자. 딱 그모습이다.)
여기서 시내 오페라 하우스앞으로 바로가는 Roissy-bus (공항버스)도 탈수있다.
하지만 오페라하우스에서 또 30분이상 가야하는 숙소를 잡은터라, 굳이 그 버스를 탈 이유가 없었다. ⏹️ 파란 테두리안에 하얀색 B 라고 표시된 곳을 타면된다.
그럼 자판기로 가서 표를 구매해야한다. 친절한 자원봉사자가 나의 호텔을 보더니 대신 눌러주었다. 대충 맨 위의 옵션을 선택해주시는것 같았다.
어쩌다보니 파리 패럴림픽 기간이라, 파리시내교통편이 사악하다. 수많은 경우의 수를 생각했지만 첫날은 그냥 1번 타는 1회용 티켓을 구매했다. £11.8 에 나를 숙소까지 태워줄 소중한 교통수단이다.
우리 호텔은 Orsay-ville로 가는 걸 타라고 구글맵이 알려줬지만 혹시실수로 빨리 오는걸 아무거나 탔다해도 겁먹지 말자. 파리 시내까지는 다 간다. Bagneux 이전은 같은 구간이다. 더 먼 숙소를 잡기는 어려울테지만 걱정이되면 Bagneux를 기억하면된다.
(ReR)B는 마주보는 민망한 좌석이었다. 다행히 캐리어 두는곳이 있어서 잘 포개어두고 편히 앉아서 해가 지는 예쁜 파리근교 구경을 했다. 시내로 가까워지니 지하로 쑥 빨려들어간 전철에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우르르탔다. Gare du Nord 파리북역이다. 그러더니 한두코스만에 그 많던 사람들이 사라졌다.
후
나의 숙소는 중간에 M4 로 환승해야한다. 다음번엔 꼭 (RER) B 가 통과하는 라인의 숙소를 잡으리라. 환승할때 계단 오르락내리락 캐리어가 무서운 짐이 되었다. 환승중간에 화장실이 있었다. 남녀공용 1인 간이 화장실을 오랜만에 봤다. 사진도 한장 찰칵!
숙소에 짐을 간단히 풀고 편의점에 생수를 사러나왔다. 아뿔사 가게들이 문을 닫기 시작한다. 8시 30분-9시 가게들이 문을 닫는 시간이다. 부랴부랴 버스정류장을 찾아서 조그만 가게에서 생수 두통과 음료수를 구매했다. 사장님은 아리가또라 하시고, 내가 아니라고하니 감사합니다 로 답해주셨다. 가게 안 다른 손님과 웃음이 펴져나갔다. 한국인에 대한 호감도가 몇년전과 눈에 띄게 달라진걸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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